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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와 기존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심각한 환경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매년 약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며, 그중 상당 부분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매립지나 해양으로 유입된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 방식은 물리적인 분쇄와 세척을 통해 플라스틱을 재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이 과정에서 품질 저하가 발생하며 반복적인 재활용이 어렵다. 또한, 다양한 첨가제와 혼합된 플라스틱은 기계적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을 원료 물질로 분해하여 새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성이 높다.

2.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원리와 주요 유형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하여 원래의 단량체(monomer)나 유용한 화학 물질로 되돌리는 기술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열분해(Pyrolysis), 가수분해(Hydrolysis), 가스화(Gasification), 용매 분해(Solvent-based Recycling) 등이 있다. 열분해는 플라스틱을 고온에서 분해하여 석유계 원료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특히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가수분해는 PET와 같은 폴리에스터 계열 플라스틱을 원래의 단량체로 되돌릴 수 있어 고품질 재생이 가능하다. 가스화는 플라스틱을 고온에서 합성가스(syngas)로 변환한 후 이를 연료나 화학 원료로 활용하는 방법이며, 용매 분해 방식은 특정 용매를 사용하여 플라스틱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방법으로 고순도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들은 기존의 기계적 재활용과 비교했을 때 오염도가 높은 플라스틱이나 복합소재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산업적 적용과 글로벌 사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최근 다양한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브라이트마크(Brightmark)사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여 경유 및 나프타를 생산하는 상업 시설을 운영 중이며, 일본의 제이펙(JPEC)은 PET 병의 가수분해 기술을 활용하여 100% 재활용 PET를 제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순환 경제 액션 플랜(Plastics 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 한국에서도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이 열분해 오일을 활용한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화학적 재활용이 단순한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고온 고압이 필요한 공정의 에너지 소비 문제, 수익성 확보 등의 과제가 남아 있어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4.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미래와 지속 가능성

미래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단순한 폐기물 감축을 넘어 자원 순환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기존 원유 기반 플라스틱 생산을 대체하고,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최근 연구에서는 저온 촉매 열분해 기술, 바이오 촉매 기반 가수분해 기술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성을 높인 새로운 방식이 개발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폐플라스틱 선별 및 처리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는 탄소 배출권 시장과 연계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크레딧 시스템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재활용 기업들이 경제적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분리배출 참여, 기업의 친환경 제품 설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다. 결국,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미래의 플라스틱 순환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